일상적인 음식에서 발견한 뜻밖의 과학

부엌 조리대에 놓아둔 딸기는 며칠 만에 상할 수 있다. 반면 사과는 보관 조건만 맞으면 몇 달 뒤에도 먹을 수 있다.

그렇다고 수확하는 순간 두 과일의 생명 활동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사과 속 수백만 개의 세포는 지금도 산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며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한다. 나무에서 떨어져 나왔어도 대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호흡 속도가 거의 같은 과일끼리도 신선함을 유지하는 기간은 왜 그토록 다를까?

사과는 얼마나 빠르게 호흡할까?

사과에는 폐가 없다. 기체는 껍질과 그 표면의 작은 구멍인 피목(lenticel) 등을 통해 드나들고, 살아 있는 세포는 산소를 이용해 저장된 탄수화물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과학자들은 이를 세포 호흡이라고 부른다.

호흡 속도는 과일 1 kg이 한 시간 동안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나타낸다. 단위는 mL CO₂/kg·h다. 값이 20이라면 과일 1 kg이 한 시간에 CO₂ 20 mL를 방출한다는 뜻이다.

골든 딜리셔스 사과의 경우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자료에 따르면 호흡률은 0°C에서 3–6 mL/kg·h, 20°C에서 15–30 mL/kg·h다. 두 범위의 중간값을 비교하면 호흡률은 약 5배로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숙성이 진행된 사과일수록 호흡이 빠르며 품종 간에도 차이가 있다.

20°C에서 딸기의 CO₂ 방출량은 50–100 mL/kg·h다. 사과의 15–30 mL/kg·h와 두 범위의 중간값을 비교하면 딸기의 호흡률이 약 3.3배 높다. 하지만 호흡이 빠르다고 해서 꼭 그만큼 빨리 상하는 것은 아니다. UC Davis는 수확 후 딸기 손실의 주된 원인으로 병해, 특히 보트리티스(Botrytis)에 의한 회색곰팡이병을 꼽는다. 조직 손상과 수분 손실, 취급 조건도 중요하다.

사과, 딸기, 라즈베리, 블루베리, 크랜베리의 냉장 보관 기간 및 0°C와 20°C에서의 호흡률을 공통 선형 0–100 mL CO₂/kg·h 눈금으로 비교한 그림.
데이터와 눈금: 호흡률은 모두 0–100 mL CO₂/kg·h의 동일한 선형 눈금으로 표시했다. 사과와 딸기의 수치는 발표된 범위이며, 라즈베리·블루베리·크랜베리는 보고값을 사용했다. 냉장 보관 기간은 품종과 취급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림의 딸기 보관 기간은 일반적인 냉장 조건에서 예상되는 값이다. 출처: UC Davis 골든 딜리셔스, 딸기, 베리류.

블루베리의 수수께끼: 호흡이 느리다고 오래 보관되지는 않는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수수께끼가 선명해진다. UC Davis에 따르면 0°C에서 블루베리의 CO₂ 방출량은 약 3 mL CO₂/kg·h이고, 골든 딜리셔스 사과는 3–6 mL CO₂/kg·h다. 호흡률 범위가 겹친다. 그런데 같은 UC Davis의 수확 후 관리 자료에서 블루베리의 냉장 보관 기간은 1–2주인 반면, 사과는 일반적인 냉장 공기 조건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두 과일을 같은 조건에서 비교한 통제 실험이 아니라, 각각의 보관 지침에 실린 수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서로 다른 과일이 얼마나 오래 보관될지는 호흡률만으로 알 수 없다.

수확 시점에 얼마나 익었는지도 차이를 만든다. 장기 보관할 사과는 보통 생리적으로는 성숙했지만, 에틸렌의 작용으로 숙성이 급격히 진행되기 전에 수확한다. 에틸렌은 과일이 익고 부드러워지며 향이 변하는 과정을 조절하는 식물 호르몬이다. 저온과 조절된 기체 환경은 이런 과정을 늦춘다. 반면 베리류는 대체로 바로 먹기 좋은 숙성도에 가까워졌을 때 수확한다.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구분할 수만은 없다. 블루베리도 호흡급등형(climacteric) 과일로 에틸렌에 반응한다. 그런데도 사과처럼 오래 보관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에틸렌도 설명의 일부일 뿐이다. 메릴랜드대학교 농업지도 자료에서는 수확 시점과 에틸렌의 관계를 설명한다.

과일 자체의 방어력과 부패 위험도 중요하다. 껍질의 보호막인 큐티클층, 멍에 대한 저항성, 수분 손실, 미생물에 의한 부패, 품종과 수확 시 성숙도는 호흡이 느리더라도 보관 기간을 제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딸기의 손실은 회색곰팡이병 같은 병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이 곰팡이는 0°C에서도 천천히 자랄 수 있다. 따라서 낮은 호흡률은 유용한 생리학적 지표이지만, 신선함이 언제 사라질지 알려 주는 시계는 아니다. 출처: UC Davis 딸기 자료.

냉장고가 없던 시절, 사과는 어떻게 보관했을까?

냉장 설비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재배자들은 늦은 철에 수확한 사과를 서늘한 지하 저장고에 보관했다. 과일의 대사를 멈추지는 못해도 품질 저하는 늦출 수 있었다. 가정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관할 때 영국 왕립원예협회(RHS)는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면서 통풍이 잘되고 어두운 4–7°C 정도의 서늘한 장소를 권한다. 모든 사과 품종이 똑같이 오래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상업적 저장 시설에서는 숙성 속도를 훨씬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1999년 UC Davis 골든 딜리셔스 자료는 산소 농도 1–3%, 이산화탄소 농도 1.5–3%의 조절기체 저장법을 설명하며, 보관 가능 기간을 최대 10개월로 제시한다. 일반적인 냉장 공기 조건에서는 약 6개월이다. 여전히 참고할 만한 수치이지만, 현재 사용되는 모든 저장 기술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상업적으로는 에틸렌의 작용을 차단하는 1-메틸시클로프로펜(1-MCP)도 숙성 지연에 사용한다. 일부 시설에서는 과일의 반응에 따라 산소 농도를 조정하는 동적 조절기체 저장법을 쓰며, 때로는 0.5–0.6% 수준까지 낮춘다. 산소가 지나치게 부족하거나 기체 조성이 적절하지 않으면 과일이 손상될 수 있어, 두 방법 모두 품종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참고: 메인대학교의 1-MCP 자료; 2021년 동적 조절기체 연구.

사과가 숨을 참는 것은 아니다. 저장 기술은 호흡뿐 아니라 에틸렌에 따른 숙성, 수분 손실, 품질 저하 위험을 함께 관리한다.

사과는 왜 건강의 상징이 되었을까?

19세기 사과 속담을 재현한 편집용 삽화. 실제 신문 스캔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재구성한 그림이라는 표기가 들어 있다.
실제 19세기 신문을 스캔한 것이 아닌, 당시의 속담을 표현한 편집용 재구성 삽화다.

사과가 오래 보관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과 건강의 상징이 된 이유를 밝히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 없다(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는 속담의 전신으로 확인된 가장 이른 표현은 1866년 기록에 나오며, 웨일스 펨브로크셔(Pembrokeshire) 지방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더 짧은 형태는 1892년 2월 18일자 South Wales Daily News에 실렸다. 역사적 문헌과 인용문 살펴보기.

이 속담을 만들어 낸 것은 20세기의 사과 광고업자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사과였을까? 역사 기록에는 겨울철 저장 가능성보다 직접적인 단서가 있다. 의사 윌리엄 토머스 퍼니(William Thomas Fernie)는 1890년 글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사과를 먹는다는 형태의 속담을 소개하며, 사과가 소화와 배변에 좋다는 당시의 믿음과 연결 지었다. 이는 당시의 믿음일 뿐, 현대 임상 연구로 확인된 효과는 아니다. 기억하기 쉬운 운율이나 일상에서 사과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점도 다른 가능성이다. 겨울철 저장성이 속담의 확산에 기여했을 수도 있지만, 인용된 19세기 문헌들은 그 연결 고리를 입증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 이 속담이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초기 문헌의 실제 표현 읽기.

‘하루에 사과 하나’라는 속담을 실제로 조사했을까?

있다. 속담의 유머를 살린 2015년 JAMA Internal Medicine 연구는 전날 먹은 음식을 회상해 답한 조사에서 사과를 통째로 149 g 이상 먹었다고 응답한 성인 753명과 그렇지 않은 7,646명을 비교했다. 처음에는 사과를 먹은 사람들이 의사를 찾는 비율이 낮아 보였다. 하지만 인구통계학적 차이와 건강 관련 요인을 고려하자 그 연관성은 더 이상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처방약을 덜 사용하는 경향에서는 경계선 수준의 연관성이 나타났고, 연구자들은 속담을 이렇게 바꿔 제안했다. 하루에 사과 하나면 약사를 멀리할 수 있다(An apple a day keeps the pharmacist away). 논문은 만우절 직전인 2015년 3월 30일 온라인에 공개됐으며, 처방전은 웃음(The Prescription Is Laughter)이라는 재치 있는 편집자 글도 함께 실렸다. 하지만 연구 자체는 실제 데이터를 분석한 관찰연구였다. 사과를 먹었기 때문에 진료나 약이 덜 필요해졌다는 인과관계를 보여 준 것은 아니다.

점심 전에 사과를 먹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속담만으로 사과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대신 한 실험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를 살펴봤다. 2009년 교차설계 실험에서는 성인 58명에게 점심 전에 껍질을 벗긴 사과 조각, 사과 퓌레 또는 사과 주스를 제공했다. 점심 전에 제공한 음식은 모두 266 g, 약 125 kcal로 맞췄다. 사과 조각과 사과 퓌레, 펙틴을 추가한 사과 주스의 식이섬유량도 비슷하게 맞췄다. 이후 참가자들은 원하는 만큼 점심을 먹었다.

주스에 식이섬유를 추가해도 사과 조각의 효과는 재현되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참가자들이 모든 식전 음식을 똑같이 10분에 걸쳐 섭취하도록 속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스를 더 빨리 마셨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씹는 행위, 음식의 물리적 구조, 부피의 차이가 가능한 설명이지만 이 실험만으로 어느 요인이 가장 중요했는지는 구분할 수 없다. 이 결과는 통제된 한 끼 식사에서 관찰된 것으로, 장기적인 체중 감량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수확 후에도 살아 있는 사과

지금 식탁에 놓인 사과는 몇 달 전에 수확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세포는 여전히 산소를 소비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낸다. 놀라운 것은 사과의 호흡이 느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블루베리도 그만큼 느리게 호흡하지만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몇 주에 불과하다. 사과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것은 수확 시 성숙도, 숙성 조절, 저온, 알맞은 기체 환경, 손상과 부패를 막는 관리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역사 자료만으로는 웨일스의 속담이 왜 사과를 특별히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19세기의 일부 사람들은 소화 작용을 이야기했고, 겨울철에도 구할 수 있었다는 점도 가능한 설명이다. 과일의 호흡을 둘러싼 수수께끼와 오래된 속담은 서로 맞닿아 있는 이야기지만, 한쪽이 다른 쪽을 낳았다는 증거는 없다.

식탁 위의 사과는 지금도 숨을 쉰다. 하지만 그 사과가 지금까지 상하지 않은 이유는 호흡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출처와 수치를 읽는 방법

호흡과 저장: UC Davis, 골든 딜리셔스; 딸기; 베리류; RHS의 저장 지침; 메릴랜드대학교의 숙성과 에틸렌 자료; 메인대학교의 1-MCP 자료; 동적 조절기체 연구(2021). 역사: Word Histories, 사료와 초기 인용문. 건강: JAMA 2015와 Flood-Obbagy & Rolls 2009.

그림에서 비교한 것은 과일의 생리학적 측정값이지 영양가나 사람의 건강 결과가 아니다. 보관 기간은 적절한 조건에서의 기간이며 실온 유통기한을 뜻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