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 물어볼 수도 있고, 얼마나 자주 미소 짓는지 관찰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두 방법이 전혀 다른 답을 내놓는다면?
우리는 두 번째 방법을 택했다. 수십 건의 연구 자료에서 미소에 관한 관찰 결과를 모았다. 그 결과 나온 순위는 널리 알려진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와 크게 달랐다.
드라마 Lie to Me(〈라이 투 미〉)에서 칼 라이트먼 박사는 사람의 말과 얼굴 표정이 일치하지 않는 순간을 포착한다. 가상의 인물이지만, 그 바탕에는 표정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폴 에크먼[1]의 연구가 있다. 우리는 이런 발상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 전체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2026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핀란드는 1위다. 하지만 실제 관찰된 미소를 토대로 만든 우리의 실험적 지표에서는 125개 국가와 지역 중 114위였다. 이집트는 1위를 차지했지만, 그 결과는 단 두 자료군에 근거한다. 그렇다고 이집트인이 핀란드인보다 더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다. 두 순위는 어쩌다 이렇게 달라졌을까?
우리는 하나의 공리에서 출발했다. 자발적인 미소의 빈도가 실제로 느끼는 행복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생각이었다. 국가 단위에서 이를 검증하려면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관찰 자료가 필요하지만, 그런 자료는 아직 매우 드물다. 그래도 이미 발표된 미소 연구들을 모아 어디까지 알아낼 수 있을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에크먼의 미소: 행복은 얼굴에 드러날까?
1990년 폴 에크먼, 리처드 데이비드슨, 월리스 프리슨은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연구했다. 특히 입 주변뿐 아니라 눈 주위의 근육까지 움직이는 뒤센 미소(Duchenne smile)에 주목했다. 이 미소가 오래 지속될수록 참가자가 스스로 평가한 행복감이 높았다(상관계수 r = 0.59). 즐거움을 느낀 정도와의 상관관계는 더 강했다(r = 0.70).
비교 가능한 상황에서 사람을 충분히 오래 관찰하면 특정한 미소의 빈도가 감정 경험의 일부를 반영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소만으로 진심을 어김없이 판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러 웃을 수도 있고, 행복한 사람이 늘 웃는 것도 아니다. 가디너와 동료들[2]은 이후 미소의 빈도와 자신의 전반적인 행복에 대한 평가 사이에 훨씬 약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두 상황에서 r = 0.18과 0.26).
행복을 눈으로 볼 수 있을까? 영상 40만 5천여 건이 남긴 단서
2025년 12월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 연구진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미소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면 굳이 설문에만 의존해야 할까? 이들은 자원자 233명의 짧은 영상 405,448건을 분석했다. 참가자가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쓰는 동안 잠금을 해제하면 카메라가 얼굴을 기록했고, 신경망이 미소의 강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가자들은 월요일에 가장 약하게, 일요일에 가장 강하게 웃었다. 이러한 요일별 패턴은 미국의 독립적인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행복감 변화와 거의 일치했다. 상관계수는 r = 0.92였다. 표정 관찰과 설문 응답이라는 서로 다른 방법에서 비슷한 주간 패턴이 나타난 것이다[3].
다만 이 일치는 일주일 중 요일별 평균값에 관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개인의 행복을 측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가능성은 확인됐다. 사람들에게 기분을 직접 묻지 않고도 일상 속 정서 행동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상 40만 5천여 건을 제공한 사람은 233명뿐이었다. 국가 간 비교를 하려면 다른 자료가 필요했다.
SOSI: 125개 국가와 지역의 미소를 비교한 종합 순위
이를 위해 우리는 서로 성격이 다른 24개 연구 자료군을 모아 비교 가능성을 검토하고, 국가와 지역 간 10,740건의 쌍대 비교를 도출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 소셜미디어 사진, 정치인과 경영인의 초상사진, 서비스업 종사자와 행인에 대한 관찰까지 자료는 매우 다양했다. 이 중 19개 자료군에서는 두 개 이상의 국가나 지역을 비교할 수 있었다. 근거가 약한 자료도 모두 버리지는 않았다. 대신 결과에 미치는 가중치를 낮췄다. 어떤 자료에도 가중치 0을 부여하지 않았다.
우리는 브래들리-테리(Bradley–Terry) 통계모형을 이용해 여러 연구의 결과를 하나의 순위로 통합했다. 이렇게 125개 국가와 지역을 대상으로 한 SOSI(Synthetic Observed Smiling Index), 즉 관찰 미소 종합지수가 탄생했다. 계산 방법과 기초 자료는 The Null Institute의 연구보고서에 공개했다[4].
최종 순위는 익숙한 행복 순위와 전혀 달랐다. 핀란드는 114위, 대한민국은 112위, 일본은 122위였다. 1위는 이집트였지만, 그 결과는 보관된 광고 반응 자료와 선별된 사진이라는 두 자료군에만 근거한다.
어떤 연구 자료에 얼마나 큰 가중치를 주느냐에 따라 국가별 순위도 달라진다. 그래서 그래프에는 최종 순위뿐 아니라 자료에 부여한 가중치를 바꿨을 때의 변동 폭도 표시했다.
그래프 읽는 법. 왼쪽이 1위, 오른쪽이 125위다. 점은 우리 지표에서 해당 국가의 순위를 나타낸다. 막대는 연구 자료의 가중치를 바꿨을 때 순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 준다. 시뮬레이션 결과의 가운데 90%를 표시했으며, 전체 인구에 대한 신뢰구간은 아니다.
핀란드에 관해서는 다섯 개 연구 자료군을 모았다. 검토한 160가지 가중치 조합 가운데 핀란드가 상위 30위 안에 든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전체 표 펼치기: 125개 국가와 지역
| 순위 | 국가 / 지역 | 모형 점수 | 연구 자료군 수 | 자료의 한계 |
|---|---|---|---|---|
| 1 | 이집트 | 84.99 | 2 | |
| 2 | 파나마 | 80.25 | 2 | |
| 3 | 엘살바도르 | 75.04 | 2 | |
| 4 | 남아프리카공화국 | 74.56 | 2 | |
| 5 | 칠레 | 73.92 | 2 | |
| 6 | 영국 | 73.89 | 8 | |
| 7 | 브라질 | 73.52 | 4 | |
| 8 | 미국 | 72.80 | 12 | |
| 9 | 니카라과 | 71.44 | 1 | 사진만* |
| 10 | 볼리비아 | 68.24 | 1 | 사진만* |
| 11 | 코스타리카 | 67.95 | 1 | 사진만* |
| 12 | 아르헨티나 | 67.82 | 3 | |
| 13 | 베네수엘라 | 66.94 | 1 | 사진만* |
| 14 | 과테말라 | 65.22 | 1 | 사진만* |
| 15 | 파키스탄 | 64.48 | 3 | |
| 16 | 북마케도니아 | 64.03 | 1 | 사진만* |
| 17 | 카자흐스탄 | 63.70 | 1 | 사진만* |
| 18 | 에콰도르 | 63.23 | 2 | |
| 19 | 피지 | 60.51 | 1 | |
| 20 | 아일랜드 | 60.38 | 5 | |
| 21 | 룩셈부르크 | 60.08 | 3 | |
| 22 | 몰도바 | 59.58 | 2 | |
| 23 | 네덜란드령 안틸레스 | 59.49 | 1 | 사진만* |
| 24 | 이탈리아 | 59.48 | 6 | |
| 25 | 푸에르토리코 | 58.87 | 2 | |
| 26 | 파라과이 | 58.56 | 2 | |
| 27 | 도미니카공화국 | 58.26 | 1 | 사진만* |
| 28 | 아이슬란드 | 57.74 | 2 | |
| 29 | 레바논 | 56.68 | 1 | 사진만* |
| 30 | 우루과이 | 56.68 | 1 | 사진만* |
| 31 | 라오스 | 56.59 | 1 | 사진만* |
| 32 | 세르비아 | 55.47 | 2 | |
| 33 | 키르기스스탄 | 55.13 | 1 | 사진만* |
| 34 | 온두라스 | 55.03 | 2 | |
| 35 | 우크라이나 | 55.03 | 1 | 사진만* |
| 36 | 콜롬비아 | 54.97 | 2 | |
| 37 | 알바니아 | 54.93 | 1 | 사진만* |
| 38 | 몰타 | 54.89 | 2 | |
| 39 | 앙골라 | 54.73 | 1 | 사진만* |
| 40 | 튀르키예 | 54.63 | 1 | 사진만* |
| 41 | 페루 | 54.47 | 2 | |
| 42 | 스페인 | 54.46 | 7 | |
| 43 | 이스라엘 | 54.34 | 3 | |
| 44 | 루마니아 | 53.07 | 3 | |
| 45 | 캐나다 | 52.90 | 3 | |
| 46 | 호주 | 52.75 | 4 | |
| 47 | 벨기에 | 52.74 | 4 | |
| 48 | 말레이시아 | 52.48 | 3 | |
| 49 | 미얀마 | 52.18 | 1 | 사진만* |
| 50 | 가나 | 52.08 | 1 | 사진만* |
| 51 | 우즈베키스탄 | 51.66 | 1 | 사진만* |
| 52 | 포르투갈 | 51.61 | 3 | |
| 53 | 아루바 | 51.35 | 1 | 사진만* |
| 54 |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51.24 | 1 | 사진만* |
| 55 | 바하마 | 50.82 | 1 | 사진만* |
| 56 | 아르메니아 | 50.72 | 1 | 사진만* |
| 57 | 키프로스 | 50.43 | 3 | |
| 58 | 러시아 | 50.15 | 4 | |
| 59 | 트리니다드 토바고 | 49.98 | 1 | 사진만* |
| 60 | 노르웨이 | 49.87 | 2 | |
| 61 | 브루나이 | 49.77 | 1 | 사진만* |
| 62 | 대만 | 49.54 | 5 | |
| 63 | 벨라루스 | 49.24 | 1 | 사진만* |
| 64 | 케냐 | 48.79 | 2 | |
| 65 | 튀니지 | 47.66 | 1 | 사진만* |
| 66 | 프랑스 | 47.46 | 8 | |
| 67 | 네덜란드 | 47.44 | 4 | |
| 68 | 덴마크 | 47.31 | 5 | |
| 69 | 베트남 | 46.97 | 2 | |
| 70 | 오스트리아 | 46.63 | 4 | |
| 71 | 바베이도스 | 46.62 | 1 | 사진만* |
| 72 | 아제르바이잔 | 46.51 | 1 | 사진만* |
| 73 | 독일 | 46.50 | 8 | |
| 74 | 슬로베니아 | 46.35 | 4 | |
| 75 | 이라크 | 45.99 | 1 | 사진만* |
| 76 | 그리스 | 45.54 | 3 | |
| 77 | 스웨덴 | 45.44 | 6 | |
| 78 | 자메이카 | 45.37 | 1 | 사진만* |
| 79 | 불가리아 | 45.20 | 3 | |
| 80 | 조지아 | 45.09 | 2 | |
| 81 | 모로코 | 45.09 | 2 | |
| 82 | 슬로바키아 | 44.87 | 2 | |
| 83 | 네팔 | 44.66 | 1 | 사진만* |
| 84 |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 44.56 | 1 | 사진만* |
| 85 | 방글라데시 | 44.04 | 2 | |
| 86 | 모나코 | 43.85 | 1 | 사진만* |
| 87 | 체코 | 43.82 | 5 | |
| 88 | 필리핀 | 43.79 | 2 | |
| 89 | 탄자니아 | 43.55 | 1 | 사진만* |
| 90 | 요르단 | 43.25 | 1 | 사진만* |
| 91 | 스위스 | 43.19 | 4 | |
| 92 | 스리랑카 | 42.86 | 1 | 사진만* |
| 93 | 리투아니아 | 42.84 | 3 | |
| 94 | 팔레스타인 | 42.76 | 1 | 사진만* |
| 95 | 크로아티아 | 41.34 | 3 | |
| 96 | 뉴질랜드 | 41.17 | 2 | |
| 97 | 태국 | 41.11 | 3 | |
| 98 | 몬테네그로 | 40.95 | 1 | 사진만* |
| 99 | 에스토니아 | 40.57 | 3 | |
| 100 | 싱가포르 | 40.23 | 3 | |
| 101 | 모리셔스 | 40.22 | 1 | 사진만* |
| 102 | 안도라 | 40.13 | 1 | 사진만* |
| 103 | 카타르 | 40.13 | 1 | 사진만* |
| 104 | 캄보디아 | 39.17 | 1 | 사진만* |
| 105 | 오만 | 38.99 | 1 | 사진만* |
| 106 | 아랍에미리트 | 38.64 | 2 | |
| 107 | 마카오 | 38.55 | 2 | |
| 108 | 나이지리아 | 38.19 | 2 | |
| 109 | 사우디아라비아 | 38.13 | 2 | |
| 110 | 바레인 | 37.67 | 1 | 사진만* |
| 111 | 이란 | 37.67 | 1 | 사진만* |
| 112 | 대한민국 | 37.14 | 6 | |
| 113 | 라트비아 | 37.10 | 3 | |
| 114 | 핀란드 | 36.61 | 5 | |
| 115 | 몰디브 | 36.22 | 1 | 사진만* |
| 116 | 바티칸 | 36.22 | 1 | 사진만* |
| 117 | 쿠웨이트 | 36.15 | 1 | 사진만* |
| 118 | 헝가리 | 35.66 | 3 | |
| 119 | 멕시코 | 35.41 | 4 | |
| 120 | 홍콩 | 34.69 | 4 | |
| 121 | 폴란드 | 28.33 | 6 | |
| 122 | 일본 | 26.04 | 8 | |
| 123 | 중국 | 23.92 | 9 | |
| 124 | 인도 | 21.12 | 4 | |
| 125 | 인도네시아 | 19.25 | 3 |
* ‘사진만’으로 표시된 행은 하나의 인스타그램 사진 자료군만으로 국가 간 비교를 수행했다. 점수는 모형의 좌표를 변환한 값이지, 실제로 미소 짓는 사람의 비율을 측정한 값이 아니다. 출처: The Null Institute 연구보고서.
혼자 있을 때의 미소도 행복을 다 말해 주지는 않는다
모든 국가에서 똑같이 좋은 자료를 확보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똑같이 자주 미소 짓는다고 해서 행복의 정도까지 같을까? 문화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를 수 있다. 탈헬름·오이시·장 연구진[5]은 미국과 중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혼자 걷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미국에서는 행인의 29.1%가 웃고 있었지만 중국에서는 3%에 불과했다. 거의 열 배 차이다.
현장 관찰
혼자 걸을 때도 사람들은 웃을까?
연구진은 미국과 중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동행 없이 걷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중 웃고 있던 사람의 비율은 다음과 같다.
미국
29.1%
중국
3%
대화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도 두 지역의 차이는 거의 열 배였다.
미소에는 내면의 행복만큼이나 문화적 습관이 반영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장소에서의 관찰이지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추정치는 아니다.
이 결과는 미국인이 오로지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만 미소 짓는다는 단순한 설명을 반박한다.
한편 서로 다른 조사 방법에서도 국가별 차이가 비슷하게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광고에 대한 반응과 인스타그램 사진이 어느 정도 일치한 것이다. 두 자료에 모두 포함된 31개국의 스피어만 상관계수는 0.42(p = 0.020, 통계적으로 유의함)였다. 두 방법이 어떤 공통된 신호를 포착했을 가능성은 있다. 다만 그 신호가 행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의 비교에서 결과가 비슷했다고 해서 전체 순위가 믿을 만해지는 것은 아니다. 50개 국가와 지역에서는 비교에 쓸 수 있는 사진 자료군이 단 하나뿐이었다. 동일한 국가를 포함한 독립 연구 자료군 사이에서 17차례 비교를 수행한 결과, 어느 나라가 더 많이 미소 짓는지에 대한 판단이 일치한 비율의 중앙값은 59.1%였다. 이 정도로는 우리의 종합 순위를 인간의 행복을 신뢰성 있게 측정하는 국제 지표라고 부를 수 없다.
미소로 행복을 가늠하는 일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행복에 관해서는 세계행복보고서가 알려 주는 것이 더 적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가장 빠른 주자들은 어느 나라에 살까? 설문조사로 답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주자들이 사는 나라를 찾는다고 상상해 보자. 실제 경주를 치르거나 초시계를 쓰는 대신 이렇게 설문한다. “0점부터 10점까지, 자신의 달리기 실력에 얼마나 만족하십니까?”
답변의 평균을 내서 국가별 순위를 만들고 World’s Fastest Runners Report라는 보고서를 펴낸다.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주자들이 사는 나라 발표!”라고 보도한다. 릴리퍼트의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수들이 자기 나라에 산다고 엄숙하게 선언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 한 사람의 실제 달리기 속도도 재지 않았다.
설문 자체는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달리기 실력에 만족하는 것과 실제로 빨리 달리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그 결과에 붙인 이름이다.
세계행복보고서의 ‘행복’이라는 표현에도 똑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달리기 비유가 억지스럽게 느껴진다면 실제 사례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는 [6], 일본과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지만, 실제 기대수명은 대부분의 OECD 국가보다 길다고 지적한다. 건강에 대한 자기평가 역시 문화적 규범과 척도의 표현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설문 문항에는 없는 ‘행복’이라는 말
2026년 세계행복보고서의 주요 순위는 ‘캔트릴 사다리(Cantril Ladder)’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해진다. 응답자는 자신에게 가능한 최선의 삶과 최악의 삶을 떠올린 뒤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0점부터 10점까지의 척도에 표시한다. 대표성 있는 조사 결과를 3년간 평균해 순위를 계산한다. 그런데 질문 자체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없다. 공식 FAQ에도 명시된 사실이다[7].
제목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
삶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행복’이 됐나?
1단계 · 갤럽의 질문
“최악의 삶부터 최선의 삶까지 이어지는 사다리에서 현재 당신은 몇 번째 칸에 있습니까?”
2단계 · 연구의 측정값
3년 동안의 평균적인 삶에 대한 자기평가
3단계 · 언론의 제목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삶에 대한 평가가 어느 단계에서 행복의 측정값으로 바뀌었을까?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것과 실제로 행복을 느끼는 것의 차이는 앞서 ‘한 나라가 당신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다뤘다. 또 해외 이주 비교 도구에서는 어떤 나라의 순위가 높다고 해서 그곳으로 이주한 개인이 얼마나 행복할지 예측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이름을 선택한 이유는 WHR 저자들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2026년 세계행복보고서 제2장 2.2번 상자[8]에서 저자들은 이 질문을 직접 다룬다. 보고서가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행복하게 느끼는지가 아니라 삶에 대한 평가를 주로 살핀다면, 왜 제목은 World Happiness Report일까? 저자들에 따르면 영어 단어 happiness에는 감정으로서의 행복과 삶을 평가하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으며, 삶의 질을 분석할 때는 후자가 더 적절하다.
그러므로 이것은 번역상의 실수가 아니다. WHR 저자들은 happiness의 평가적 의미를 의식적으로 선택했고, 그 선택에는 과학적 근거도 있다. 다만 “핀란드가 다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다”는 제목을 본 사람은 핀란드인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자주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할 수 있다. WHR의 주요 순위가 검증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비교할 뿐이다. 학술 보고서를 벗어나 대중에게 전달될 때는 이 구분이 쉽게 사라진다.
실제 사례
과학적 순위가 정치적 구호로 바뀌는 순간
2025년 3월 20일 핀란드 외무장관 엘리나 발토넨은 X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다만 이 게시물만으로는 장관이 WHR의 연구방법을 알고 있었는지 판단할 수 없다.
돈, 행복, 그리고 아랍에미리트
순위표의 이름이 왜 중요할까? 그 결과는 이미 학술지 밖으로 퍼졌고, 정부 지도자들은 높은 순위를 정책의 성공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한다. 핀란드에서는 외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계기가 됐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더 나아가 행복을 국가 정책의 일부로 삼고 국제 연구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2021년 12월 기자 마라 흐비스텐달은 〈디 인터셉트(The Intercept)〉[9]에서 WHR 편집자인 제프리 삭스와 관련된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아랍에미리트 기관으로부터 행복과 웰빙 연구, 국제 활동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원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확인된 금액은 최소 300만 달러였으며, 삭스도 기자에게 지원 규모를 인정했다.
이와 함께 행복은 아랍에미리트의 국가 정책이자 국제적 이미지의 일부가 됐다. 2016년에는 행복 담당 장관직을 신설했고, 2017년에는 담당 업무를 웰빙까지 넓혔다.
2026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아랍에미리트는 세계 21위, 아랍 국가 중 1위였다. 3월 24일 국영 통신사 WAM[10]은 이 성과를 자랑스럽게 보도했다.
하지만 이 순위를 설명하는 방식은 잘못됐다. 통신사는 GDP와 기대수명, 자유 등의 요인이 아랍에미리트의 높은 순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HR에서 이 지표들은 국가 간 결과 차이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실제 순위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응답으로 계산한다.
자료로 확인된 설명의 오류
국영 통신사는 순위를 잘못된 지표로 설명했다
WAM은 아랍에미리트의 성과를 소개하면서 GDP, 기대수명, 자유, 관대함, 부패 등의 요인이 순위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HR의 순위는 이 요인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이 지표들은 삶에 대한 평가가 왜 달라지는지 설명하기 위한 것이고, 실제 순위는 캔트릴 사다리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정해진다.
이는 공식 홍보 자료에서 확인되는 오류이지, 순위 계산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차이는 특히 아랍에미리트에서 두드러진다. 2026년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21위인데, 우리의 실험적 관찰 미소 지수에서는 106위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자료는 두 자료군뿐이므로 106위를 주민들의 행복에 대한 신뢰할 만한 추정치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이 격차는 무엇을 ‘행복’이라 부르고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다만 World Happiness Report는 2012년에 이미 등장했고, 조사 보도[9]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 기관의 SDSN 기부금 대부분은 2017~2021년에 제공됐다.
아랍에미리트의 이 기부금 가운데 최소 100만 달러는 행복에 관한 공공정책을 제안하던 세계행복위원회(Global Happiness Council)에 배정됐다[9]. 위원회의 2019년 보고서는 아랍에미리트 총리실의 지원을 받아 두바이의 국제 정부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다. 즉 아랍에미리트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국가 이미지에 이용했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도 자금을 지원했다.
우리 순위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순위의 신뢰성이 궁금하다면 아래 펼침 상자에서 데이터와 분석 방법, 한계를 살펴볼 수 있다.
연구 방법과 한계
The Null Institute의 미소 지수는 이미 발표된 연구를 새롭게 종합 분석한 결과다. 125개 지리적 단위에는 독립국이 아닌 지역도 포함된다. 처음 수집한 24개 자료군 가운데 19개는 국가 간 직접 비교가 가능했다. 모형에는 자료에서 도출한 10,740건의 쌍대 비교가 쓰였는데, 이는 10,740명을 각각 독립적으로 관찰했다는 뜻이 아니다.
계산을 소프트웨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 그러나 각국 전체 인구를 대표하는 미소 빈도 추정치는 없으며, 그 빈도가 주민들이 장기간 느끼는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입증하지 못했다. 모형의 0~100점은 미소 짓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지 않는다. 그래프의 구간은 자료별 양의 가중치를 바꿔 얻었고 모든 관찰 오차를 포괄하지 않는다.
분석 방법, 자료 간 일치도 검증, 사진 자료의 한계와 외부 검증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The Null Institute의 연구보고서[4]에 담았다. 처음 세운 가설 중 일부가 지지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숨길 것이 아니라 연구 결과로 봐야 한다.
어디까지가 측정이고, 어디서부터가 브랜딩일까?
우리는 행복을 말하는 두 방식을 검토했고, 서로 다른 두 문제를 발견했다. 우리의 미소 지수로는 아직 나라별 주민의 행복을 신뢰성 있게 비교할 수 없다. 세계행복보고서는 삶에 대한 평가를 측정하지만, 대중적인 논의에서는 그 결과가 국민 전체의 행복 수준에 대한 주장으로 확대되곤 한다. 아랍에미리트 사례는 그런 주장이 국가 이미지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보고서의 순위 자체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수백만 명의 응답을 통계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에 거창하면서도 오해를 부르는 이름을 붙인다면, 독자는 무엇이 측정됐는지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표현은 갤럽의 핵심 질문만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참고문헌
- Ekman P., Davidson R. J., Friesen W. V. (1990). The Duchenne smile: emotional expression and brain physiology. II.
- Gardiner et al. (2022). What happy people do: The behavioral correlates of happiness in everyday situations.
- Poh M.-Z. et al. (2025). Smartphone monitoring of smiling as a behavioral proxy of well-being in everyday life. Google Research, arXiv 사전공개 논문: 2512.11905.
- The Null Institute (2026). Can We Rank Countries by Smiling? An Audit of 125 Geographies and 24 Source Families.
- Talhelm T., Oishi S., Zhang X. (2019). Who smiles while alone? Rates of smiling lower in China than U.S.
- OECD (2025). Health at a Glance 2025: Self-rated health.
- World Happiness Report. Frequently Asked Questions: How the rankings are calculated.
- Helliwell et al. (2026). International evidence on happiness and social media, Chapter 2, World Happiness Report.
- Hvistendahl M. (2021). The Intercept: Investigation of UAE funding for happiness research.
- Emirates News Agency (WAM) (2026). UAE ranks first in Arab world and 21st globally in World Happiness 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