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미국 텍사스의 작은 지역에서 주민투표가 열렸다. 이곳을 하나의 시로 만들 것인가? 찬성 212표, 반대 6표였다.
투표권자는 283명뿐이었다. 그중 5분의 3 이상이 스페이스X 직원이었고, 이 지역의 주거용 필지 247개 가운데 237개는 회사와 직원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초대 시장도 스페이스X 부사장이었다. 새 도시의 이름은 스타베이스(Starbase)였다. 투표 결과, 유권자 분석, 토지 소유 현황은 모두 공개돼 있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스타베이스는 여전히 텍사스에 속했지만, 주민들은 민간 토지 소유자에게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는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를 세웠다.
그렇다면 억만장자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섬을 사고, 세율을 정하고, 상법을 만들고, 법원까지 세운 뒤 아예 새 나라를 선포할 수 있을까? 장애물은 돈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억만장자는 땅을 살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도시를 만들거나 이례적으로 폭넓은 자치권을 협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섬을 산다고 주권까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흥미로운 질문은 따로 있다. 국가와 투자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최종 결정권을 놓고 충돌하기 전까지 민간 주도의 실험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섬을 사면 법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을까?
개인이 소유한 섬의 모든 땅을 샀다고 가정해 보자. 등기부에는 당신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이제 소득세를 폐지하고 여권을 발급하며, 가까운 정부에 간섭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부동산 매매계약은 소유권을 이전할 뿐, 법을 만들 권한까지 넘겨주지는 않는다. 섬은 여전히 해당 국가의 영토다. 땅 주인이 바뀐다고 그 나라의 형법과 법원, 국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정부와 협상할 수는 있다. 국가는 경제특구를 설치하거나 행정권한 일부를 위임하고, 별도의 상거래 규칙을 허용할 수도 있다. 그 범위는 놀랄 만큼 넓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권한의 법적 근거는 부동산 계약이 아니라 기존 국가에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섬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몇몇 가족이 땅을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토지를 샀다는 이유로 그들까지 다스릴 권한을 얻을까? 이 질문은 가장 야심 찬 현대의 실험에서 다시 등장한다.
스타베이스: 독립국가는 아니지만 기업의 영향력이 큰 도시
스페이스X는 미국의 헌정질서를 바꾸지 않고도 길을 찾았다. 토지를 매입하고, 로켓 발사장을 짓고, 직원들을 모은 다음, 통상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하면 됐다. 그렇게 탄생한 스타베이스에서는 회사의 이해관계가 유난히 큰 영향력을 갖는다. 그렇다고 시정부 자체가 회사 소유가 된 것은 아니다.
로켓이 들어서기 전 보카치카는 작은 해안 마을이었다. 주민 마리아 포인터는 201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생 그곳에서 살 줄 알았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주택들을 사들였고, 결국 포인터 부부도 떠났다.
2025년 투표 무렵 이 지역은 이미 크게 달라져 있었다. 유권자 283명의 5분의 3 이상이 스페이스X 직원이었다. 다만 그 사실만으로 개개인이 어떻게 투표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경쟁 후보 없이 당선된 세 사람, 바비 피든 시장과 조던 버스·제나 페트젤카 시위원 역시 스페이스X의 현직 또는 전직 직원이었다. 이제 신생 도시는 자체적인 공적 책임을 지게 됐다.
실질적인 이점 하나는 발사장 주변의 접근을 통제할 권한이었다. 2025년 텍사스 법률과 2025년 12월의 상시 명령에 따라 스타베이스는 로켓 발사 때 특정 도로와 해안 구간을 일시 폐쇄할 수 있다. 다만 사전 공지와 안전 요건을 따라야 한다. 스페이스X는 이미 자사 시설을 관리하고 있었다. 시가 설립되면서 발사장 주변을 관리하는 공적 권한의 틀이 달라졌다.
텍사스와 미국의 주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로켓 발사 기업에는 작은 독립공화국보다 발사 업무에 맞는 권한을 가진 지방정부가 더 유용할 수 있다. 발사 당일 도로를 막는 것은 국기가 아니다.
프로스페라: 남다른 법과 제도를 내세운 도시
더 과감한 실험은 온두라스의 로아탄섬에서 진행된다. 프로스페라(Próspera)는 법과 제도의 차이 자체로 주민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도시라는 구상에 한층 가까워 보인다.
ABC 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상주 인구는 약 200명이었다. 인간 능력 향상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국인 사업가 리치 리는 규제상의 자유를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으며 그곳으로 이주했다.
이 구상의 매력은 분명하다. 이미 정해진 도시의 규칙을 받아들이는 대신, 규칙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주지를 고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자유에는 또 다른 면이 있다. 그곳에서 집을 산다고 상상해 보자.
집을 소유해도 그 집에서 살 권리를 잃을 수 있을까?
프로스페라가 2024년에 공개한 표준 거주 계약서는 부동산 소유권과 특구 내 거주 허가를 구별한다. 첫해에는 최소 60일 전에 통지하면 사유를 밝히지 않고도 거주 허가를 종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주민에게 다른 체류 권리가 없고 계약 종료를 법원이나 중재절차에서 뒤집지 못한다면, 계약서는 본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출입까지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정한 조건에서는 적격 매수인에게 해당 부동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 비용과 채무를 공제한 순매각대금은 종전 소유자에게 돌아가도록 돼 있다.
모든 주민이 이 버전의 계약서에 서명했는지, 이런 조항이 실제로 집행됐는지, 온두라스 법원이 이를 인정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조항에 근거한 강제퇴거 사례도 검증하지 못했다.
부동산을 소유한다고 어디서나 자동으로 거주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더 어려운 문제는 누군가가 집이나 사업체에 평생 모은 돈을 쏟아부은 다음 벌어진다. 규칙이 마음에 들어 이주하는 것과, 그곳을 떠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법과 제도로 승부하는 도시는 어떻게 돈을 벌까?
이곳에서는 법과 제도의 차이도 상품이 된다. 2026년 10월 27일 확인한 세금 안내에 따르면 프로스페라는 기업 총수입에 1%, 개인소득에 5%, 소매 판매에 2.5%의 부가가치세를 제시한다. 토지가치에 부과하는 1%의 세금은 현재 중단돼 있다. 모두 프로젝트 측이 공표한 세율이다.
돈이 도는 방식은 이렇다. 매력적인 규칙이 기업과 주민을 불러오면 개발업자는 부동산을 팔거나 임대하고, 지역 상점은 고객을 확보하며, 특구를 받아들인 국가는 세수를 얻는다. 수요가 늘면 땅값도 오를 수 있다.
2026년 10월 27일 확인한 프로스페라의 FAQ에는 세금 수입의 12%가 온두라스 공공기관으로, 44%가 특구로, 나머지 44%가 일반 서비스 제공업체로 간다고 적혀 있다. 이는 사업자가 제시한 배분 비율이지 감사를 거쳐 확인한 실제 자금 흐름이 아니다.
투자자들은 다른 법과 제도가 부동산과 기업의 매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프로노모스 캐피털(Pronomos Capital)은 프로스페라를 투자 대상에 올려두고 있다. 하지만 그 투자 목록만으로 특정 억만장자가 개인적으로 얼마를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업 구조에는 근본적인 긴장 관계가 있다. 법과 제도를 기반으로 성공하려는 도시는 주민이 그 규칙의 지속성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통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들에도 저마다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규칙을 만드는 사람은 누가 감시할까? 권한을 위임했던 국가가 이를 되찾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온두라스 정부가 방향을 바꾸다
프로스페라는 온두라스의 ZEDE 법률에 근거해 출범했다. 이 법은 특정 구역에 이례적으로 폭넓은 규제 자율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온두라스는 2022년 관련 법률체계를 폐지했고, 2024년 대법원은 ZEDE 제도 자체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기존 합의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는 여전히 다툼의 대상이다.
프로스페라와 관련된 기업들은 국제투자중재를 제기했다. 처음 청구한 미화 107억 7,500만 달러는 큰 화제가 됐다. 2025년 10월에는 주장하는 권리의 회복을 요구하거나, 대안으로 약 16억 3,000만 달러를 청구했다. 두 금액은 청구 시점과 내용이 달라 합산할 수 없다. 2026년 10월까지 어느 금액도 중재판정부가 지급하라고 판정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온두라스가 수십 년에 걸친 법적 안정성을 약속했으므로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ZEDE 제도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어느 약속이 유효한지, 누가 그런 약속을 할 권한이 있었는지, 정부가 입장을 바꿀 때 손실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다툼이다.
프로스페라 중재센터 LLC도 온두라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기업 중 하나다. 동시에 이 센터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지 않은 일부 특구 내 민사 분쟁에서 기본 중재 제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다만 국제투자중재 사건은 그 센터가 아니라 독립된 ICSID 중재판정부가 심리한다. 이런 이중 역할은 검토할 만하지만, 그것만으로 편향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2026년 9월 공개된 고지문은 프로스페라 관련 특정 법인 집단에 대한 일부 법적 안정성 청구의 책임 한도를 100달러로 제한하려 한다. 중요한 예외와 적용 법률상의 제약이 따른다. 이 한도가 특정 사람에게 실제 적용됐다는 법원 판결은 확인하지 못했다. 투자자 자신이 요구하는 금액과는 눈에 띄는 대조를 이룬다.
프로스페라 바로 밖에는 프로젝트보다 훨씬 오래된 마을 크로피시록(Crawfish Rock)이 있다. 가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이곳에 산 베네사 카르데나스 우즈는 ABC 뉴스에 이 사업이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이웃 사이를 갈라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회를 반기는 사람도 있고, 사업 확장이 가져올 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2026년 9월 국제중재판정부는 지역사회 대표 7명과 여러 단체에 각자 최대 15쪽의 서면 의견을 제출하도록 허용했다. 그렇다고 이들이 사건 당사자가 되거나 사건 기록에 일반적으로 접근할 권리, 심리에 참석할 권리를 얻은 것은 아니다. 이런 제한은 절차명령 제8호에 명시돼 있다.
여기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도시라는 구상은 그 주변의 현실과 마주한다. 특별한 규칙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 규칙을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이웃들까지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민간 자본이 뒷받침하는 통치가 필지의 경계를 넘어 영향을 미친다면, 결정에 참여할 권리는 누구에게 있어야 할까?
문서로 살펴보는 자금, 재산권, 정치적 영향력
지금까지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다. 아래 금액들은 서로 다른 종류의 자금을 가리킨다. 계약 조항 역시 실제 퇴거나 확정 판결이 아니라 가능한 법적 결과를 설명한다.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지 문서별로 구분해 보자.
1. 투자 관련 금액을 단순히 합산하면 안 되는 이유
온두라스 프로스페라(Honduras Próspera Inc.)의 2022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 Form D/A에는 판매된 채무증권이 미화 4,677만 5,000달러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서류는 이것이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 약정액이라고 명시한다(투자자 13명). 그 돈이 모두 현금으로 들어왔거나 로아탄섬에 실제 지출됐다는 감사보고서는 아니다.
2026년 5월에 수정된 별도의 지분증권 모집 신고서에는 총 모집 규모 미화 6,630만 달러 가운데 3,227만 6,999달러 상당이 판매됐다고 기록돼 있다(투자자 1명). 앞서 신고된 1,000만 달러는 수정 신고에서 대체된 수치이므로 다시 더하면 안 된다. 두 모집액을 단순 합산해 감사받은 건설비라고 제시하는 것 역시 잘못이다. 프로노모스 캐피털은 공개적으로 이름이 확인되는 투자자이지만, 이 서류만으로 피터 틸이나 마크 앤드리슨이 개인적으로 프로스페라에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산출할 수 없다.
2. 주민이 거주 자격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2024년 8월에 공개된 공존 협약(Agreement of Coexistence) 표준 계약서는 부동산 소유권과 개인의 거주 허가를 구별한다. 제VI조 §1(a)에 따르면 첫해에는 최소 60일 전에 통지하고 사유 없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 §2(a–b)는 계약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거주 자격이 종료됐는데도 주민이 떠나지 않고, 법원이나 중재절차에서도 그 결정을 뒤집지 못하면, 특구 안에서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에 대한 접근마저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적격 매수인에게만 부동산을 이전하거나 매각하는 조건부 절차도 제시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해당 문서는 비용과 미지급 채무를 공제한 순매각대금을 종전 소유자에게 돌려주도록 규정한다. 집을 아무 보상 없이 빼앗겠다는 조항은 아니다. 계약 종료를 다툴 절차도 예정돼 있다. 더구나 이는 공개된 표준 양식이다. 현재의 모든 주민이 실제 서명했는지, 온두라스 법원이 이 계약의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집행할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ZEDE 체계에 관한 2024년 위헌 결정으로 집행 가능성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3. 100달러의 책임 한도는 어디까지 적용될까?
별도의 법적 안정성 고지 및 면책 조항(Legal Stability Disclosure and Disclaimer)은 2026년 9월 29일 갱신됐다. 제13조 (b)는 적용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문서가 설명하는 특정 청구에 대한 정해진 관련 법인 집단의 총책임을 미화 100달러로 제한하려 한다. 다만 타인을 위해 보관한 금전이나 재산을 반환할 의무는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포기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며, 일부 독립적인 법적 안정성 합의도 유지한다. 이 한도는 주택 가격도, 모든 주민 손해에 대한 일반적 상한도 아니다. 특정 사건에 적용된다는 사법 판단도 확인하지 못했다.
대조는 여전히 선명하다. 투자자들은 법률체계 변경에 대해 조약을 근거로 구제를 요구하지만, 운영자의 고지문은 같은 법적 불안정성에 따른 위험 일부를 이용자에게 배분한다. 이는 문서로 확인되는 계약상 입장의 차이지, 누군가가 실제로 배상받을 돈을 잃었다는 증거는 아니다.
4.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노력은 어디서 보일까?
미국 연방 로비 공시 집계 사이트에는 온두라스 프로스페라를 대리한 세 로비 업체가 2025년과 2026년 첫 세 분기 동안 신고한 보수 총액이 미화 48만 5,000달러로 기록돼 있다. 2025년 37만 5,000달러, 2026년 11만 달러다. 신고된 활동에는 외교, 무역, 투자 문제와 관련한 의회 및 연방기관 접촉이 포함된다. 이는 공개된 합법적 로비 활동이다. 그 자체로 부패나 정부 결정의 매수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문서로 확인할 수 없는 것
이 문서만으로는 사업 전체의 감사받은 연결 현금흐름도, 진행 중인 투자자·국가 중재의 최종 결과도 알 수 없다. 개별 주민 계약의 실제 집행 가능성도, 논란이 된 조항이 얼마나 자주 사용됐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문서 비교를 위해 주민들을 직접 인터뷰하지는 않았다. 이 자료는 사업의 유인 구조와 법적 구제수단을 면밀히 따져볼 근거가 될 뿐, 사업이나 관계자들의 불법행위를 단정할 증거는 아니다.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요청하다
마이크스 밸런스는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프로스페라, 스페이스X, 스타베이스 시에 연락했다. 2026년 10월 27일까지 답변은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의견 제시를 거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실질적인 답변이 오면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기사를 갱신할 예정이다.
정치보다 오래가는 계약을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더 확실한 보장인지도 모른다. 여러 세대에 걸쳐 유효한 정교한 계약이라면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규칙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플로리다에서 디즈니가 이와 상당히 비슷한 시도를 했다.
수십 년 동안 월트 디즈니 월드 주변의 리디 크리크 개선지구(Reedy Creek Improvement District)는 상당한 지방정부 권한을 행사했다. 도로와 기반시설을 관리하고,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금을 부과하고, 채권을 발행했다. 이 지구는 디즈니의 독립 선언이 아니라 플로리다 주법으로 만들어졌다.
디즈니가 플로리다의 교육 관련 법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론 디샌티스 주지사 및 주의회와 충돌하자, 주정부는 지구의 운영구조를 바꿨다. 2023년 주정부가 임명한 새 이사회가 권한을 넘겨받기 전에, 퇴임을 앞둔 기존 이사회는 디즈니에 유리한 협약들을 승인했다.
그 가운데 한 조항은 기묘한 시계를 기준으로 계약 기간을 정했다. 서명 당시 살아 있던 찰스 3세 국왕의 후손 중 가장 마지막 생존자가 사망한 뒤 21년까지 효력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플로리다 개발계약의 유효기간이 영국 왕실 후손들의 수명에 달리게 된 셈이다.
하지만 그 조항도 정치적 분쟁을 끝내지 못했다. 2024년 3월의 합의에서 디즈니는 기존 이사회가 승인한 협약들이 무효임을 인정했다. 이후 양측은 새로운 개발 관련 합의에 도달했다. 법률 문구의 기발함이 계약을 정치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막대한 돈을 써도 필요한 공적 인허가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지원하는 캘리포니아 포에버(California Forever)는 신도시 구상을 포함한 사업을 위해 약 10억 달러를 들여 7만 에이커에 가까운 땅(약 2만 8,000헥타르)을 사들였다. 그러나 2026년 8월 솔라노 카운티 감독위원들은 조선소 건설을 위한 신속 처리안에 대한 지지를 3대 2로 부결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 측의 지원을 받은 이 제안은 조선소에 특화된 새 환경평가 대신 18년 전에 작성한 광범위한 평가자료에 의존하도록 했을 것이다. 반대 측은 환경 심사와 주민 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소의 장래 입주자로 거론된 사로닉(Saronic)은 2026년 7월 16일 텍사스 브라운즈빌을 입지로 선택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표결보다 여섯 주 전의 일이다. 같은 해 6월 스타베이스도 속한 캐머런 카운티는 사로닉의 사업 단계별로 조건부 재산세 95% 감면 네 건을 승인했다. 각 감면에는 별도의 10년 적용 기간이 있다. 자료는 이러한 혜택과 입지 선택을 보여주지만, 세제혜택만으로 입지가 결정됐다고 입증하지는 않는다.
캘리포니아의 표결로 전체 신도시 구상이 취소된 것은 아니며, 캘리포니아 포에버가 독립을 추구한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이 비교는 우리를 스타베이스로 되돌려 보낸다. 땅과 자본은 필요한 조건의 일부일 뿐이다. 공공기관의 결정과 거기에 붙는 조건 역시 결정적일 수 있다.
한때 기업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까워졌던 사례
이런 구상은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19세기 한 영국 회사는 오늘날 대부분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속하는 북보르네오에서 통치권을 얻었다. 현대의 지방자치권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이었다. 이 역사는 신도시 구상에 열광하다 보면 놓치기 쉬운 질문을 던진다. 통치받는 사람들이 통치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업가 앨프리드 덴트와 동료들은 1877년과 1878년 브루나이와 술루의 통치자들과 협상해 영토에 관한 권리를 넘겨받았다. 1881년 빅토리아 여왕은 영국 북보르네오 회사(British North Borneo Company)에 왕실 헌장을 내렸다.
그 헌장에 적힌 권한을 보자. 회사는 법을 만들고, 세금을 거두고, 법원을 운영하고, 화폐를 발행하고, 무장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헌장에 언급된 앞선 권한 부여 문서 중 하나는 생사여탈권까지 주장했다. 1888년의 보호국 협정은 이 영토를 ‘독립국가’라고 불렀다.
그러나 외교관계는 영국이 통제했고 대외적 보호도 영국이 제공했다. 회사가 광범위한 통치권을 행사했더라도, 북보르네오는 오늘날의 의미에서 독립된 주권국가는 아니었다.
회사에는 수입도 필요했다. 농업과 광업이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치자 회사는 도박, 주류, 아편, 전당포 영업에 대한 독점 허가권을 팔았다. 공권력을 가진 기업이 다른 사업자에게 영업 허가의 대가를 받은 것이다. 법과 규칙을 정하는 권한 자체가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저항도 뒤따랐다. 지역 지도자 마트 살레(Mat Salleh)는 세금과 영토 통제를 둘러싼 분쟁 속에서 회사 권력에 맞섰다. 1897년 그의 추종자들이 가야섬의 회사 거점을 공격했다. 군사작전과 협상, 추가 충돌이 이어졌고, 1900년 요새가 포위됐을 때 마트 살레는 사망했다. 병력을 조직할 수 있다는 헌장의 조항은 더 이상 종이 위의 추상적인 권한이 아니었다.
전쟁으로 북보르네오는 황폐해졌다. 1946년 회사는 통치권을 영국에 넘기는 문제를 협상했다. 6월 19일 영국 상원은 이양을 논의했다. 주주들에게는 투표 기회가 예정돼 있었다. 그렇다면 주민들의 의견은 물었을까? 질문을 받은 윈스터 경은 의회 토론에서 이렇게 답했다.
“북보르네오의 민정 담당 수석책임자가 어떤 대화나 협의를 근거로 그런 의견을 내놓았는지, 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당국자는 주민들을 대신해 확언할 수는 있었지만 그 판단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의견을 물을 대상이었지만, 통치받던 주민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투표권이 없었다.
1946년 7월 15일 북보르네오는 영국 직할 식민지가 됐다. 회사는 보유했던 통치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보상을 받았다. 주주들은 이 거래에 공식적으로 관여했지만, 주민들에게는 이에 준하는 결정권이 없었다.
오래된 특허적 권리는 훗날 놀라운 규모의 또 다른 분쟁으로 이어졌다. 2022년 중재인은 말레이시아가 술루 술탄의 후손들에게 미화 149억 2,00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파리 항소법원은 2025년 12월 그 판정을 취소했다. 따라서 그 거액을 집행 가능한 배상금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제국 시대의 계약이 자신을 낳은 정치질서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땅을 사서 주권국가를 세운 사례가 있을까?
역사를 보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다. 리히텐슈타인 제후 가문은 1699년 셸렌베르크를, 1712년 파두츠를 매입했다. 두 영토는 1719년 신성로마제국의 제후국이 됐고, 1806년에는 주권을 얻었다. 그러나 토지 매입만으로 주권국가가 탄생한 것은 아니다. 당시 정치권력의 결정과 유럽 헌정질서의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
1885년부터 1908년까지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는 벨기에와 법적으로 분리된 콩고 자유국을 개인적으로 통치했다. 국제사회의 승인은 실제로 존재했다. 강제노동과 가혹한 착취, 대규모 폭력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승인받은 국가에 대한 개인 통치의 역사적 사례이지, 현대 투자사업이 본받을 성공 모델은 아니다.
두 사례 모두 오늘날 섬을 사려는 사람에게 지름길이 돼주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승인은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니며,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가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국가를 세우려면 실제 통치 능력과 국제사회와 관계 맺을 능력이 필요하다. 부동산 매매계약으로 이런 것까지 얻을 수는 없다.
애초에 독립이 목표일 필요가 있을까?
다른 법을 오래 유지해 온 일부 실험은 애초부터 독립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는 2004년부터 자체 상법체계와 법원을 운영해 왔다.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은 2015년부터 영국 보통법에 기반한 법원 체계를 운영한다. 어느 쪽도 주권국가나 억만장자의 사유 왕국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하려는 정부가 만든 제도다.
이 경우 이해관계는 다른 방식으로 맞물린다. 기업은 예측 가능한 규칙과 전문 법원의 혜택을 얻고, 국가는 투자와 일자리, 신뢰를 얻는다. 국가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체하면 자기 발전전략을 훼손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해관계의 일치는 제도가 오래갈 수 있는 이유이지, 지속을 보장하는 약속은 아니다.
그렇다면 돈으로 실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팔려는 사람이 있다면 토지를 살 수 있다. 스타베이스처럼 합법적인 정치 절차를 거쳐 지방자치 권한을 확보할 수도 있다. 국가가 동의한다면 프로스페라 초기처럼 특별한 조세·상거래 규칙도 협상할 수 있다. 그러나 독립된 주권국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토지 등기증, 투자설명서, 우호적인 장관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례들을 나란히 놓으면 낭만적인 억만장자의 기대와 거의 반대되는 그림이 드러난다. 북보르네오는 군대와 조세권을 갖고도 영국에 의존했다. 디즈니는 수십 년간 특별한 지방정부 권한을 누렸지만 플로리다 정치의 변화까지 막지는 못했다. 프로스페라는 중재를 통해 법적 틀을 지키려 싸우고 있다. 두바이의 금융센터들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 정부에도 이를 유지할 강한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역설이 드러난다. 전혀 다른 규칙 아래 살고 싶다면 기존 국가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그 국가와 유난히 오래갈 합의를 맺는 편이 현실적일 수 있다. 건물과 기반시설에 투자한 돈이 많아질수록, 약속이 생각보다 덜 오래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때 치르는 대가도 커진다.
억만장자에게 자기 나라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다음 선거 뒤에도 법과 제도가 유지되는 곳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섬을 산다고 그런 보장까지 얻을 수는 없다.
출처와 관련 문서
북보르네오
- 1946년 6월 19일 영국 상원 토론, 1008~1010열
- 1881년 영국 북보르네오 회사 왕실 헌장
- 1888년 보호국 협정
- 1946년 북보르네오 이양 명령
- Arbitration International(2026년 10월): 술루 후손 대 말레이시아, 1878년 특허와 2022년 중재판정
- 2025년 12월 9일 파리 법원의 술루 중재판정 취소
역사적 배경
- D. S. Ranjit Singh, The Mat Salleh Uprisings, 1895–1903, Sejarah
- Revenue Farming in British North Borneo, 1881–1941, Economic History Malaysia
- 미국 국무부(1886): 레오폴드 2세와 벨기에에서 분리된 콩고 자유국
- AfricaMuseum: 콩고 자유국의 강제노동과 폭력
- 리히텐슈타인 대사관: 파두츠·셸렌베르크 매입과 후일의 주권 획득
스타베이스
- Los Angeles Times(2019): 보카치카 주택 매입
- Houston Chronicle(2025년 5월 3일): 주거용 토지 소유와 시 설립
- The Texas Newsroom: 스타베이스 유권자 현황
- 스타베이스 시: 해변·도로 통제 안내
- 텍사스 하원법안 HB 5246(2025)
- 텍사스 우주위원회: 2025년 12월 상시 통제명령 제2025-02호(9월 명령 대체)
캘리포니아 포에버: 자본과 지역의 동의
- CalMatters, 2026년 8월 19일: 토지 매입과 신속 처리 로비
- CalMatters, 2026년 8월 25일: 솔라노 카운티 감독위원 3대 2 표결
- 캐머런 카운티, 2026년 7월 16일: 사로닉의 브라운즈빌 조선소 입지 선정
- 캐머런 카운티 경제개발 등록부: 사로닉의 단계별 재산세 감면 협약 네 건
디즈니
프로스페라와 온두라스
- 프로스페라: 중단된 토지가치세를 포함한 세금 안내(2026년 10월 27일 확인)
- 프로스페라 FAQ: 세수 배분 비율 12/44/44(2026년 10월 27일 확인)
- 프로스페라: 거주 계약과 기본 분쟁해결기관(2026년 10월 27일 확인)
- ABC 뉴스 오스트레일리아 취재, 2026년 8월 22일
- 온두라스 대법원: RED 모델도시법과 2012년 헌법 판결(역사적 검토)
- RED에서 ZEDE까지의 입법 과정(Charter Cities Institute)
- ICSID 사건 ARB/23/2
- 프로스페라 중재센터: 제공 서비스
- 절차명령 제8호, 2026년 9월 9일
- 프로스페라 법적 고지, 2026년 9월 29일
추가 문서: 자본, 거주권, 로비 활동
- SEC Form D/A, 2022년 9월 2일: 채무증권 투자 약정
- SEC Form D/A, 2026년 5월 12일: 지분증권 모집
- 프로스페라의 2024년 서명된 거주계약서, 제VI조
- 프로스페라의 법적 안정성 고지, 2026년 9월 29일, 제13조 (b)
- 미국 연방 로비 공시 집계자료, 2025~2026년
정치적 협상과 경제특구
- 버넌의 ‘노후화하는 협상(obsolescing bargain)’ 이론과 후속 실증 비판(Cambridge University Press)
-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2019년 세계투자보고서: 경제특구
- 프로노모스 캐피털: 투자 접근법
디즈니, 신도시, 투자자 보장
- 디즈니의 2023년 영국 왕실 생존기간 연동 조항: 당시 보도
- AP통신: 2024년 3월 디즈니·플로리다 합의
- 프로노모스 캐피털: 주요 투자대상
- WIRED: ‘자유도시(Freedom Cities)’ 제안과 로비 활동
- 프로스페라 측이 주장하는 법적 안정성 보장(분쟁 중)
지속적인 자치의 사례
- DIFC 법원: 2004년 법적 체계
-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 영국 보통법과 법원
- 리히텐슈타인 2003년 헌법
- 리히텐슈타인 후작 가문: 2003년 헌법 개정과 국민투표권
- 한스아담 2세 후작, The State in the Third Millennium(출판사)
이름 표기에 관한 편집자 주: ABC 뉴스는 ‘Vanessa Cardenas’라고 표기하지만, ICSID 절차명령 제8호에는 크로피시록 대표가 ‘Venessa Cardenas Woods’로 기재돼 있다. 이 기사는 중재판정부 문서의 표기를 따른다.